아이 사진 찍을 때 '웃어' 대신 건넬 말

카메라를 들면 제일 먼저 나오는 말
카메라를 들면 입에서 먼저 나오는 말이 있어요. "웃어 봐." "여기 봐." "가만히 좀 있어 봐."
벽 앞에 아이들을 세워 놓고 찍은 사진이 열두 장 남아 있어요.
렌즈는 50mm, 조리개는 f/2.8에서 f/3.5, 셔터는 대부분 1/125초, ISO는 100이었어요. 이런 숫자는 사진 정보에 남아요. 그런데 찍는 동안 아이에게 건넨 말은 어디에도 남지 않아서, 이번에는 카메라 설정 대신 그 말 이야기를 해 볼게요.

사진 속 큰 누나는 브이를 하고, 작은 누나는 손을 귀 옆에 댄 채 한쪽 눈을 감고 있어요. 아래 구석에서는 막내가 머리만 쏙 내밀고 있고요. 아이들이 벌써 자기 포즈를 잡고 있는 장면이에요.
이럴 때 "웃어" 하고 주문을 하나 더 얹으면 하던 놀이가 끊겨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아이가 하는 행동을 스포츠 중계하듯 자세히 말해 주라고 권해요. 아이의 주의를 붙잡고 아는 말도 늘려 준다고 해요. 이 사진 앞이라면 "큰 누나는 브이네, 작은 누나는 한쪽 눈을 감았네"처럼 눈에 보이는 걸 그대로 말하면 돼요.

이 사진에서는 큰 누나가 민트색 케이스의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어요. 옆에서 작은 누나도 손을 귀에 대고 눈을 찡그려요. 둘이 같이 전화를 받는 것 같아요.
유니세프 육아 안내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면 아이가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해요. 그리고 "무엇을?", "왜?", "어떻게?"로 시작하는 열린 질문을 권해요. 셔터를 누르기 전에 쪼그려 앉아 "누구한테 전화 온 거야?" 하고 물으면, 아이 마음이 카메라에서 자기 놀이로 옮겨 갈 수 있어요.
'잘했어' 대신 본 그대로

막내는 하얀 털 조끼를 입고 화면 가득 섰어요. 한 손은 주먹을 쥐고 있고, 뒤에서 브이를 하는 큰 누나는 초점이 빠져 흐릿해요.
CDC는 칭찬도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말로 하라고 안내해요. 무엇을 잘했는지 아이가 알 수 있게요.
유니세프는 "잘했어!" 대신 본 것을 그대로 말하는 '알아차림 말'을 권하고요. 이 사진 앞이라면 "주먹을 꼭 쥐고 서 있네"가 그런 말이에요. 별것 아닌 한마디인데, 아이로서는 아빠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표시가 되겠죠.

키가 다른 아이들이 앞뒤로 겹쳐 섰어요. 맨 뒤에 큰 누나, 그 옆에 작은 누나, 맨 앞에 하얀 조끼를 입은 막내예요. 큰 누나는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있어요.
안기는 걸 싫어하는 아이도 있어요. CDC는 그런 아이에게는 엄지척이나 미소, 윙크로 칭찬해도 된다고 안내해요. 말 한마디를 건네기 어려운 순간에도 칭찬은 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막내는 천장 쪽을 올려다보고, 작은 누나는 한쪽 팔을 번쩍 들어 올렸어요. 큰 누나는 뒤에서 흐릿하게 서 있어요.
하버드대 아동발달센터는 '서브 앤 리턴'이라는 방법을 소개해요.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쪽을 따라가고, 아이가 보고 하고 느끼는 것에 이름을 붙여 주는 거예요.
막내가 위를 보고 있으면 같이 올려다보면서 "천장에 뭐가 있어?" 하고 말을 건네 보는 거죠. 사진 한 장을 놓쳐도, 아이는 아빠가 자기 눈길을 따라온다는 건 알게 될 거예요.
하지 말라는 말 대신 할 일 하나

벽에 나란히 서서 노란 가방을 하나씩 멨어요. 작은 누나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입을 크게 벌렸고, 큰 누나는 팔을 내리고 정면을 보고 있어요. 한 장 안에서도 아이마다 움직임이 이렇게 달라요.
유니세프는 하지 말라는 말보다 해야 할 일을 정확히 말해 주는 쪽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해요. 장난감을 던지지 말라고 하는 대신 "장난감을 전부 상자에 넣어 줘"라고 하는 식이에요. 사진을 찍을 때로 옮기면 "움직이지 마" 대신 "벽에 등을 대고 서 보자"가 되겠죠.

큰 누나는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어요. 작은 누나는 두 손을 입에 대고 눈썹을 모으고 있어요. 표정이 서로 반대여서 보는 맛이 있어요.
CDC가 알려 주는 지시하는 법도 비슷해요. 가까이 가서 눈을 맞추고, 질문 말고 평서문으로, 한 번에 하나만 말하라고 해요. "웃어 줄래?"라는 질문보다 "제일 웃긴 표정 하나만 보여 줘"가 이 안내에 가까운 말이에요. 아이가 따라 주면 바로 칭찬하라는 것도 같은 안내에 들어 있어요.
웃음이 터졌을 때, 지쳤을 때

막내가 하얀 높은 의자에 올라앉았고, 큰 누나와 작은 누나가 양옆에 섰어요. 의자 하나 덕분에 아이들 얼굴 높이가 비슷해졌어요. 막내는 하얀 바지에 맨발이에요.
유니세프는 아이 감정에 이름을 붙여 주라고 안내해요. 기쁨, 무서움, 뿌듯함 같은 말로요. 높은 의자에 올라앉은 아이에게는 "높은 데 앉으니까 신나는구나" 하고 말해 줄 수 있어요.

큰 누나는 막내 쪽으로 팔을 두르고, 작은 누나는 손을 입 가까이 대고 카메라를 봐요. 막내는 가운데서 이쪽을 똑바로 보고 있어요.
유니세프는 아이와 함께 웃되, 아이를 놀리며 웃지는 말라고 해요. 비판도 아이가 아니라 행동에 하라고도 해요. 사진을 찍다 아이가 몸을 비틀면 "가만히 좀 있어" 대신 "다리가 아프구나, 한 장만 더 찍고 쉬자"로 바꿔 볼 수 있어요.

작은 누나는 흰 의자에 앉아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았어요. 큰 누나는 그 옆에서 작은 누나의 어깨 뒤로 팔을 둘렀어요. 무슨 부탁이라도 하는 얼굴 같아요.

마지막 한 장이에요. 큰 누나는 입을 크게 벌리고 웃고, 작은 누나는 무릎에 두 손을 얹고 살짝 웃어요. 둘 다 노란 가방을 메고 있어요.
배경은 연한 회색 벽과 나무 바닥이 전부예요. 장비를 더하는 것보다 아이에게 건네는 말을 한마디 바꾸는 쪽이 쉬워 보여요. 열두 장을 다시 넘겨 보면, 카메라 숫자와 상관없이 웃음이 터진 장면에서 눈이 오래 머물러요.
혹시 이 블로그가 처음이라면 인사부터 드릴게요. 아인이네를 쓰는 아인파파예요. 아이들 크는 이야기와 집 고친 이야기를 적어 왔고, 네이버 메인 판에 육아 에세이와 인테리어 분야로 세 번 넘게 소개됐어요. 메인에 오른 뒤 방문자가 20~30만 명 늘었고, 하루에 30만 명이 들른 날도 있었어요.
TV에 나온 네이버 블로거이기도 해요. 방송 이야기는 TV 출연 방송 후기 https://blog.naver.com/kwonayin/220674876110 에 적어 뒀고, 방송 영상은 https://youtu.be/AytCxIUWDkQ?t=14m 에서 14분 지점부터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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