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 어디선가 만났으리라 + 엄마랑 아빠의 이야기 + 아가에게
꽃
1984년 봄, 마포의 서로 다른 골목
두 개의 꽃, 하나의 향기로 태어나
만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여행을 따나다
동경의 어느 골목, 고향의 향기를 찾다
넌 어디서 태어나 그렇게 향기가 진한 거냐고
그러는 너는 어디에서 왔느냐고
서로의 향기로 태어나 향기에 묻혀 사라지고 싶었다
그러던 우리에게 생이별이 찾아왔다
목적을 달성하면 향기는 사라지기 쉽다
살아가기보다는 꿈꾸는 동안 향기는 지속된다
서로가 서로의 향기로 남기 위해
우린 오늘 밤도 같은 꿈을 꾸며 잠든다
어디선가 만났으리라
우리가 처음 만난 곳은, 그곳이 아니라
만남 이전에 그 거리에서 수만 번 스쳐갔으리라
서울 마포에서 태어나, 같은 나이, 같은 또래로 살지 않았는가
아현역 플랫폼 위에서 서로 마주 보고 서 있었으리라
교보문고 회전문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쳤으리라
정동 돌담길, 네가 밟은 낙엽을 내가 밟았으리라
내가 열고 들어온 학교 앞 떡볶이집 문 손잡이를
네가 닫고 들어와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았으리라
맡겨놓은 교복이 같은 세탁소에 나란히 걸려있기도 했으리라
어떤 날은 같은 꿈을 꾸다가 같은 하늘을 보며 깨어났으리라
그러다가 한 날 한 시에 동경 신주꾸에서 만나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서로 같은 표정으로 웃었으리라
엄마랑 아빠의 이야기
함께 살고 나서부터 사랑이 싹텄지
같은 이불을 쓰다가 아빠가 불쑥 입대해버렸지
입대하고 나서 한참 후에 임신 사실을 알았지
가슴팍이 시리고 먹먹해서 몇 번이고 탈영하고 싶었지
엄마는 독수공방을 하면서 홀로 너를 키웠지
아빠는 군복 입고 매일 시를 썼지
기껏해야 하루 30분 전화하는 게 전부였지
그래도 사랑은 점점 커져 갔단다
엄마랑 아빠는 매일 휴가만을 기다렸단다
그러다가 기다리던 휴가날이 오고
엄마 배에 귀를 가져다 대고 널 처음 만났단다
쿵쾅쿵쾅
너의 심장뛰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지
지금도 아빠는 너의 심장뛰는 소리를 기억한단다
쿵쾅쿵쾅 !
아가에게
아가야
어젯 밤 꿈에서
예언자 개미와 만났단다
개미가 말 했단다
밤 하늘의 가장 밝은 별이
너의 눈동자에 박혀 있다고
아가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를 외우라
꿈 꾸는 삶을 사랑하라
꿈이 없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다
세상의 그늘을 두려워 말라
그늘이 있기에 별이 빛날 수 있음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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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있을때 보고싶은 아내와
곧 태어날 아가를 생각하며 쓴 시입니다
종은 아파야만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낼 수 있습니다
지금 힘든 일들 모두 이겨내시고
행복한 가정, 행복한 육아하세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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