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빠가 되는 것이 꿈이다

착한 아빠가 되는 것이 꿈이다
나는 단기 기억상실증이 있다
아홉 살, 이전의 기억이 없다
아홉 살, 이후의 기억만 있다
내게 아홉 살, 이전의 삶이란 어떤 의미일까?
행복했던 기억도
슬펐던 기억도
아무런 기억도 없다
아홉 살, 이전의 삶을
기억해내지 못한다
혼자 밥을 먹었고
혼자 생계를 꾸렸다
학교 입학식과 졸업식도 혼자였다
잔인하리 만큼
쓰라리던 아픔
그것은 가난이 아니라
소외된 사람을 돌보지 않는
세상에 대한 배신감이었다
장애인이 된 아빠를 돌보며
이를 악물고 세상과 싸울 때
나는 아홉 살이었다
주님,
모든 슬픔을 감내하겠나이다
내게 소외된 사람을 돌보는 힘을 주소서
그리고 허락하신다면
세상에 희망을 주는
착한 아빠가
되게 하소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짊어져야 했던
아홉 살의 기도
가난했던 그 시절은
세월에 묻혀 희미해져 가지만
간절했던 내 꿈은
더 크게 빛나고 있다
그래,
착한 아빠가 되는 것이 꿈이다

착한 세상을
살아보지 못 했던 내게
착한 아빠가 된다는 것은
마치 불가능한 꿈처럼 여겨졌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나는 진심으로 봉사하는 것이 좋았다
당시에 봉사활동을 온 선생님들은
아이들은 멀리하고
술을 마시고, 험담을 하고, 놀기에 바빴다
내게 봉사란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나는 봉사자들과는 일체의 대화를 하지 않고
오직 아이들만을 생각하고
오직 아이들과만 대화하고
아이들만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나는 진심을 다해서 아이들과 함께 했고
아이들과 지내는 것이 행복했다


아이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건넸다
나도 어린 시절 가난했다
나도 가난했다
나도 경험을 했다
나도 그렇다고 말하는 것
봉사라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다
값비싼 동정 따위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가난한 시절을 보냈던 나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아이들처럼 말하고
아이들처럼 웃고
아이들과 함께 목욕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속삭이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우산을 들어준다고 해서
슬픔의 비를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엄마를 잃은 아홉 살
나의 아버지는 정신장애자였다고
신문배달부터 안 해본 일이 없다고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마치 자기 일이었던 것처럼 생각해줬고
나의 성공적인 스토리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희망을 주었다
아이들은 나로 인해 치료를 받고
나 또한 아이들로 인해서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이내
스스로의 고민을
이야기해줬다
나는 마치 나의 고민처럼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선생님이 아니라
너희와 똑같이 말하고
너희와 똑같이 고민하는
그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함께라고 느껴졌을 때
아이들은 비로소 마음을 열었다
소외된 아이들이
소외된 것이 아니라고 느껴졌을 때
비로소 함께 웃을 수 있었다

13년이 지난 후,
나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나도 드디어
아빠가 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단지
아빠가 된 것일 뿐이다
"착한 아빠"가 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부모가 없어도 아이는 크지만,
아이 없이 부모는 자라지 않는다
- 미야베 마유키

언니가 된 큰 딸에게
동생을 돌보는 방법,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줄 필요는 없다
그 모든 것은 그저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힘들 때
우산을 들어주는 부모가 되어서는 안된다
무릎을 굽히고
눈 높이를 맞추고
함께 비를 맞아주는 것
함께라는 것을
항상 느낄 수 있을 때
아이들은 진심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생각했던 "착한 아빠"의 모습이다

어린 시절
간절하게 원했던
나는 아빠가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나는 아빠가 되고 싶다
착한 아빠가 되고 싶다

추워도 웅크리는 어른이 되지 않으리라
힘들어도 도망치는 어른이 되지 않으리라
아이들을 학대하고
아이들을 버리는
파렴치한 어른이 되지 않으리라

나는 믿는다
내가 살아온 삶이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고
나는 착한 아빠가 되기 위한 수업 중이다
아직도 세상에는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이 너무 많다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을
내 몸처럼 생각하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고
충분히 보살필만하다고 보여준다면
가르치지 않아도
동생을 보살피는 법을 스스로 배울 것이다
고난을 극복하는 법을 스스로 배울 것이다
정신장애자 아버지가 내게
가르쳐준 것처럼

얼마 전 아는 지인이
아이를 대리고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맞을 거 같으면 먼저 때리고
누가 먼저 때리면 가만있지 말고
더 세게 때리라고 가르치고 있었다
그때 받은 충격은 감출 수가 없었다
나는 어린 시절 많이 맞고 자라고
많이 따돌림도 받았다
우리 아버지도 항상 어디서 맞고 돌아왔다
나는 단 한 번도
때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가 때리면 같이 때리라고 가르치는
어른이 없었음을 감사한다
예수도 말하지 않았는가?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라고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갔다
군대는 합법적으로 폭력을 가르치는 집단이다
사람 죽이는 방법을 가르치는 집단이었다
자랑스럽게 군 생활을 했던 것은
무자비한 폭력으로부터
가족과 국가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체력을 기르고
쉬지 않고 운동을 하는 것은
폭력을 행사함이 아닌
폭력으로부터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함이다

바른 인성을 가르치고
바른 가치관을 확립하는 것
그것이 부모로부터 배워야 할
아이들을 위한 가장 소중한 교육이다

네 살이 된 아인이와
두 살이 된 아린이
아직 한없이 어린 아가들이지만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인격체 임을 명심하자
기나긴 인생을 함께 할
소중한 아이들이 있음에
나는 행복하다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세상이기에
나는 행복하다
아이들이 살아갈 바른길을 가르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고민하고
또 고민을 한다
요즘 TV 뉴스를 보면
아이들을 학대하는 부모들이 많이 나옵니다
세상은 더 부유해졌지만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입니다
폭력은 결코,
바른 교육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인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인성을 먼저 바로잡아야 합니다
남의 것을 뺏는 것이 아닌
나누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우리 주변에는 소외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소외된 사람들을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고 희생하는 어른이 되는 것
그것이 가장 좋은 교육입니다
날씨가 상당히 춥습니다
사이즈가 안 맞아 버리게 된 옷가지들
냉장고에서 남아도는 반찬들
장롱에 안 쓰는 이불들
소외되고 가난한 우리의 이웃에게
함께 나누면 어떨까요?
세상은 분명 따뜻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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