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이의 탄생 + 엄마의 첫 손길 + 첫 뒤집기와 첫 걸음마

< 백골부대 >

비 내리는 9월의 어느 가을,

새벽 4시에 일어나

애견용 바리깡으로

혼자 셀프 삭발을 하고

스물 아홉의 늦깍이 나이로

아빠는 철원에 있는

백골부대에 입대했다

아직도 그때 아내의 눈물 같던

축축한 비 비린내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무리 울어도 티나지 않게 끔

하늘이 내려준 빗방울은 아내의 눈물

너의 눈물을 들이마시며 입소했던 그 곳

철원 최전방 3사단

백! 골! 부! 대!

8년간의 가난한 일본 유학생활은

생존을 위한 투철한 서바이벌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군 생활은

내게 휴식기라고 느껴졌다

늦은 나이에 입대를 했지만

뜀걸음은 항상 탑 랭킹 안에 들었다

이미 훈련병때 상위 5% 특급전사가 되었다

(훈련병때 특급전사가 완성되는 일은 흔치 않다)

가난과 싸워야 했던 유년기 시절

그리고 치열했던 유학이라는 생존 때문에 강해졌던 것일까?

그리고

최우수 훈련병으로

이등병이 된 어느 날

급히 부대 행정반으로

전화 한 통이 왔다

"아내의 임신"

그 이후의 군 생활은

내게 더이상 의미가 없었다

내 머릿속에는 오직 아이의 생각 뿐

아내에게 편지를 쓰고

세상에 태어날 아가를 위해

글을 쓰는 일 밖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지금도 그때 썼던 글들과 편지를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군대라는 철장 안에서

미치도록 보고싶었던

아내와 아가를 향한 그 그리움

밤새 울고 또 울었던

가족을 향한 애타는 그 그리움

작은 종이조각 안에 한 글자씩 새겨 넣으며

오직 글을 쓰는 일만이 유일한 탈출구처럼 느껴졌다

화약 냄새가 진동하는 사격장에서도

나는 오직 아내와 아이를 생각했다

세상에 모든 그리움을 합친 것 같았던

미치도록 가슴 먹먹했던 그 그리움은

아마 죽는 날까지 생생하게 기억될 것이다

< 아인이의 탄생 >

대한민국의 당당한 남자로써 나는 당당히 군대에 갔다

늦은 나이였지만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

너의 임신 소식을 알기 전까진

내게 군대는 그저 휴식처였다

너의 임신과 새로운 생명의 소식은

군대가 더이상이 휴식처가 아님을 의미했다

미치도록 나가고 싶었다

그리움이 점점 커져서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가슴팍이 시리고 먹먹해서

몇번이고 탈영하고 싶었다

나는 새벽 4시까지 잠을 안자고

힘들게 공수해 온 육아관련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엄마는 독수공방으로 홀로 너를 키웠다

아내에게 너무도 미안하고 부끄러웠지만

아빠는 군인이었기에

특급전사 군인이었기에

더욱 더 당당한 아빠가 되고자 결심했다

더이상 편지와 전화가 아닌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휴가

엄마 배에 귀를 가져다 대고 처음 너를 만났다

"쿵쾅 쿵쾅"

너를 더 가까이 느끼기 위해서

태아 심음 측정기까지 구매해서

너의 심장 소리를 듣고 또 들었다

"쿵쾅 쿵쾅"

아인이가 3살이 된 지금도

아빠의 귓가에는 너의 쿵쾅거림이

아직도 선명하게 들리는 것 같다

아인이의 탄생은 내게 기적이었다

그 기적은 내게 수많은 휴가들을 선물했다

그 선물 중에서 가장 값진 선물은

나라를 지키는 강인한 군인에서

가족을 지키는 강인한 가장으로

너를 위한 착한 아빠로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 엄마의 첫 손길 >

2013년 05월 28일

오전 9시 30분

3.54kg

드디어 탄생 !

세상에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기적들이 있다

너의 탄생은 그 기적중에 하나였다

추억의 가치가 소중할 때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이 순간은 스쳐지나가는 순간이 아닌

영원히 남겨야할 아주 소중한 순간이기에

그래서 운좋게 담아낼 수 있었던

너의 탄생의 순간

세상 밖으로 처음으로 나와

엄마의 첫 손길을 느끼는 너의 모습은

내게 가장 신비로운 기적이었다

TV나 소설에서 보면 ET처럼 못생긴 아이가 태어난다고 했지만

내 눈에 아인이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다

엄마 아빠의 눈물이 만들어낸

하늘이 주신 값진 선물

태어난지 몇초도 되지 않아 눈을 뜬 너를 보며

마치 아빠를 바라봐주는 것처럼 느꼈다

아빠는 미치도록 기뻐서

무릎을 꿇고 땅에 키스하며 신께 경배했다

마치 세상에 모든 것을 얻은 사람처럼...

백골에서 탈영하고 싶은 마음을

수만번도 더 참으며 그리워 했던 너의 모습

아빠는 너를 보았다

그래, 그래

아빠는 강해질 것이다

세상에는 가장 소중한 네가 있으니까,

산후조리원에서 숙련된 산후조리사가 말하길

"이렇게 물을 좋아하는 아가는 처음입니다"

무의식 속에서 "아빠를 닮아서인가"라고 생각했다

바다가 좋아 바다를 보면 떠날 줄 몰랐고

수영장에 가면 기본 3-4시간은 수영하며

혼자 독학으로 접영까지 배웠던 아빠 !

너는 역시 아빠의 딸인거니?

산후조리원에서 배웠던 아빠의 첫 샤워

너는 항상 웃으며 나를 바라봐 주었다

어젯 밤, 아빠가 조심스럽게 너를 씻기고 있을 때

너는 내게로 와서 아빠 입술에 뽀뽀를 해주었다

그 것도 두 번씩이나!!

"뽀뽀"를 수십번 외쳐도 안해주던 새침떼기 세 살 소녀가

먼저 다가와 뽀뽀를 해주니, 이런 기적같은 일이...

아빠의 심장은 녹아내리는 줄 알았다

너를 처음 씻기던 날 아빠는 알았다

네가 결국은

아빠를 참 좋아할 것이란 것을...

<첫 뒤집기와 첫 걸음마>

꿈속의 예언자 개미가

밤하늘의 별이 떨어져 너의 눈동자에 박혀있다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너의 눈동자는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고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신비로웠다

아인이란 뜻은 히브리어로

사막 가운데 있는 샘물 즉, 오아시스!

밤 하늘의 별,

즉 하나님의 눈을 상징하지 않는가?

그래서 너는 그토록 신비로운가?

산후조리원에서의 나와서

너를 보며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물을 얻은 듯 했다

네가 처음으로 뒤집기를 했을 때

아빠는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안정환이

결승골을 넣었을 때보다 훨씬 더 기뻤다

새로운 것들을 익혀가는 널 보면

환호할 수밖에 없는 신비로운 너를 보며

나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자다가도 일어나 너를 바라보면

너는 아빠를 위해 자면서도 미소를 보여주었지

너를 위해서라면

아빠는 모든지 다 해낼 수 있는 슈퍼맨이 된다

딸바보라고 불려도 좋다

나는 미치도록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

그리고 마침내

...

너는 일어섰다 !

너의 첫 걸음마를 기록하기 위해서

수없이 영상을 찍었던 아빠 !

"야~옹"

"멍! 멍!"

동물 울음소리를 세상에서 가장 귀엽게 따라하는 너 !

너의 동물 따라하는 소리가 너무 사랑스러운 아빠 !

지금은 뛰어다니며

새로운 단어들을 배우고 있는 너 !

너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아빠는 너무 사랑스럽다

이제 또 어떤 마법으로

새로운 기적을 보여줄거니?

사랑한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

아인이의 탄생 + 엄마의 첫 손길 + 첫 뒤집기와 첫 걸음마아인파파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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