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일기장

아빠의 일기장

나이가 들어 글을 쓸 시간이 없다

글이 내 마음대로 써지지도 않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글 실력이 확 줄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을 읽어야 한다

또 글을 읽은 만큼

사색을 해야 한다

이제 곧 두 아이의 아빠가 되는 나는

글을 읽을 시간도

사색을 할 여유도 없다

하지만 무작정 글을 쓰기로 했다

그것이 언젠가 부끄러운 나의 치부가 될지라도

당당한 아빠가 되기 위해

든든한 남편이 되기 위해

그리고 나 스스로의 삶을 위하여

나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하여

2006년 4월 4일 화요일

지금의 아내와 첫번째 여행

일본 아타미에서 찍은 사진이다

지금 아내는 내게 윽박지르기

속사포 구박하기의 달인이지만

당시에는 소중하고 상냥했던

나의 소울메이트였지

십 년이라는 새월이 지났다

그 시절 나의 아내는 참 어렸었지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다 믿어주고

나만 믿고 따라와주던 아내

아무것도 모르고 무일푼으로 떠났던

8년간의 일본유학생활

그 힘겨운 고통의 나날들 속에서

나의 아내는 나를 믿어주었다

우리는 찢어지게 가난한

최빈민층 유학생이었다

밤새 레포트를 쓰고 과제를 위해 토론을 하며

미래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했던 날들

그러나 현실은

희미한 안개로 가득한 삶

우리는 서로 길을 찾고 싶었지

십 년 전 그때와

지금의 우리는

너무도 닮아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지만

나는 당당했고

그런 나의 당당함을

나의 아내는 믿고 따라왔다

무식한 남편 하나를 믿고

나의 뒷모습만 보고 따라와준 아내

하루에 1-2시간만 잠을 자며

아르바이트 3개를 동시에 하고

피곤한 눈으로 학교에 갔던 아내

전기요금을 못내서 전기가 끊기고

대학 학비가 2년치나 밀려

매일 재적 경고장이 날라오던 그 시절

가장 고생스러웠던

십 년 전 그 순간에

함께 고생을 자처한

나의 아내가 있었다

부유한 유년기 시절을 보냈던 나의 아내가

그 힘든 시절을 내 곁에서 묵묵히 지켜주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눈에 불을 켜고

앞으로는 아내에게

고생을 시키지 말아야지 했는데...

---

삶에 허덕이며 안개 속에서 헤메던 그 시절과

십 년이 지난 지금은 너무도 닮아 있다

석달 후에 아린이가 세상에 태어나지만

당장 전세집에서 쫓겨나듯 이사를 가야하고

출산을 앞 둔 아내는

보금자리 하나 재대로 마련하지 못한

이 못난 남편의 곁을 지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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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병원에서

아내의 임당검사 양성 결과가 나왔다

군대에 있느라고 첫째아이 임신 순간에

한 순간도 곁에 있어주지 못한

이 못난 남편인데

아내는 다시 홀로 힘을 내고 있다

십 년 전 아르바이트 3개를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홀로 힘겹게 식단을 조절하며

둘째 아이의 출산을 준비하고 있다

아내에게 미안하다

철없는 남편을 믿어준 만큼

나 역시 아내와 어린 두 딸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내와 손을 잡고 여기까지 온 것처럼

우리는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먼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

힘들고 지치겠지만

우리는 또 함께 할것이다

두 아이와 함께

그리고 나는

나는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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