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이의 탄생 + 감동의 순간들
아린이의 탄생 + 감동의 순간들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전세난
우리는 전세난의 난민이었다
나이가 많은 주인집 할머니
교회에 같이 다니자고 해서
다니려 했던 교회도 뿌리치고
할머니가 다니던 교회도 다녔으며
수도, 전기, 잡다한 집수리, 짐 옮기기 등
부르면 언제든지
자다가도 일어나서 도와드렸다
새벽같이 일어나 집 좀 고쳐달라고
밤 늦게 잠도 안자고 문을 두드려도
항상 웃으면서 그렇게 도와드렸는데...
내 딸을 손녀처럼
나를 아들처럼
그렇게 생각해주는
그런 할머니라 생각했는데...
2년 계약 기간이 다가오자
내심 재계약 해주시겠지...
했는데...
그랬는데...
그랬는데...
...
세상은 잔인했다
둘째 아이 출산 직전인 막달에
나가달라는 것이다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더 빨리 나가도 안되고
더 늦게 나가도 안되고
딱 막달에...
출산 직전인 막달에...
이사를 가라고 한다
...
인간의 외부 세계란
어쩌면 이리도 내면 세계와는
무관한 것인가?
우리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사를 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 이유는 어의 없게도
바로 아랫층에 넓은 자기 집이 있는데
할머니 본인이 이층에서 살겠다고...
...
어느덧 가족처럼 친해진
교회의 많은 분들
교회 목사님 사모님은
어떻게 그러실 수 있느냐며
할머니를 비난했지만
결국 우리는 쫓겨났다
그리고 6개월간 집을 찾아 다녔다
...
출산 막달에 간신히 이사갈 곳을 정하고
아내가 도와줘서 집 정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물론 아내와 두 아이를 위해서
잠도 잊은 체 인테리어에 몰두했다
간신히 결정해서
이사를 간 곳은 집이 완전 엉망이었고
나는 죽기를 결심하며
집을 고치기 시작했다
청소와 정리는 끝이 없었다
곧 출산이라 심란하고 힘들었을 아내
그런 아내가 집 정리를 도와주겠다고 왔던 첫 날,
설마, 설마? 에이 아닐꺼야
2주나 남았는데...
집은 아직 멀었는데 했던...
바로 그 날
그 날 새벽
진통이 시작 되었다
나는 작업복을 급하게 갈아입고
세수도 못한 채
산부인과로 향했다
...
자정이 넘어서 시작된 진통
아인이의 동생이며
나와 내 아내의 둘째 딸이
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
첫째아이 아인이를 받아줬던
호아맘 원장님이
이날도 우연히 당직이었다
둘째아이도 같은 분에게 맡길 수 있어서
엄청난 행운이라 여겼다
3시간이 넘는 진통 끝에
아린이가
아린이가
세상에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
첫째 아이 출산 때
엄청난 고생을 했던 아내는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었다
...
나는 아내의 두 손을 꼭 잡아주고
아내가 고통을 참고 있을 때
나역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첫째의 탄생을 동영상으로 남겨둬서
두고두고 감동이 깊었기 때문에
둘째도 동영상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런데
출산 직전이 다가오니
갑자기 불을 꺼버렸다
칡흙같은 어둠
아주 흐린 조명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와중에 아내는
내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동영상을 찍으라고 했다
찍으면서도 반신반의 했다
동영상은 시커멓게 찍히고 있었다
나는 아내의 명령을 받아
어둠 속에서 동영상을 찍었다
...
컴퓨터로 영상 출력값을 조절해서
실제로는 아무것도 안보였던
그 순간의 영상을 복원해냈다
그냥 찍으라던 아내의 말을 믿고
그렇게 하기를 참 잘했다
2015년 10월 18일
새벽 3시 32분
...
3.10kg !
세상에 태어났다 !
어쩜~ 이렇게 작고 귀여울까?
아인이와 마찬가지로
태어나자마자 눈을 떴다
나는 아인이 때와 마찬가지로
아린이의 탯줄을 잘랐고
작은 아가는
곧장 엄마의 품에 안기었다
엄청난 진통에
남편 머리통을 움켜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아가를 바라보며
언제 아팠냐는 듯이
해맑게 웃는 아내
그런 아내를 보며
온 몸에 힘을 주고 긴장 했던 나는
비로서 안도의 한 숨을 쉴 수 있었다
...
순간,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아내의 막달에 쫓겨난 전세집
그로 인해 6개월간 집을 찾아 안가본 곳이 없었다
이사갈 곳을 찾기 위해서
사기도 3번이나 당하고
입주 직전에 갑자기 월세로 전환하겠다고
사기 매물도 3번이나 당했다
그렇게 6개월을 밤낮으로 집을 구하다가
간신히 집을 구했다
이런게 전세난이구나
결국, 이사를 결정한 곳은
귀신이 튀어나올 것 같은
거의 폐가에 가까운 집
6개월
우여곡절 끝에
그래도 그래도 간신히
우리는 서울숲 주변에 둥지를 텄다
...
지칠대로 지친 나는
귀신이 살것 같은
곰팡이가 가득한 집을
어쩔 수 없이 계약했고
내가 고치겠다고 다짐 했다가도
곰팡이, 고장난 싱크대, 갈라진 벽틈
집 상태를 보고
내가 왜 여기로 왔지?
수백번을 후회하고 다짐하기를 반복했다
그런 집을 고치다가 온 몸이 다쳤고
손가락은 마디마다 피가 흘렀다
부쩍 올라버린 전세값에
나의 지갑은 텅 비어버렸다
...
씻지도 못하고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
달려온 산부인과
아이와의 첫 대면식
더러운 몰골로 아이를 맞이할 수 없어서
급하게 세수를 하고 왔다
아가는 순식간에 태어났고
나는 혹시나 손에 먼지가 남아 있을까
반찬고로 도배된 거친 손으로
조심스럽게 아기의 등을 쓰다듬는다
토닥토닥!
아가야, 아빠가 미안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태어나게 해서...
토닥토닥!
아가야, 아빠가 너무 고맙다
이것 밖에 안되는 상황 속에서도
세상에 태어나줘서...
...
아린이가 태어나기 직전에
세수라도 하고 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아가와의 면회가 허락된 시간
나는 가려진 커텐 사이로
아가의 모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가장 먼저 와서 기다렸고
이후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긴장된 마음으로 30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커텐이 열리고
유리창 사이로 작고 예쁜 아가가 나타났다
아빠 안녕!
아빠야! 나 세상에 태어났옹!
이렇게 말하며, 아빠에게 윙크를?
아빠는 또다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호아맘 산부인과에서 찍어준
어린 아가 아린이의 사진도 받았다
아인이를 혼자 있게 하고 산후조리원에 가느냐
혹은 산모도우미를 부르고 두 아이를 같이 보느냐
수없이 고민을 반복하다가
결국, 산후조리원 예약을 몇시간 전에 취소했다
산부인과에서 3일이 지난 후
어린 아가는 언니를 처음으로 만났다
아인이는 아가를 좋아한다
아가를 처음 보고 놀랬을 텐데
예쁘다 사랑해를 연발했다
29개월의 어린 아가에게 동생이 생기다니
그렇게 언니가 되고
아가를 예뻐해줘서
너무 기쁘다
그렇게
사이좋게
쭈~욱 지내다오^^
...
아인 아린은 히브리어로
하나님의 눈동자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의 현명한 아이란 뜻이다
나에게 히브리어를 알려줬던
히브리어 스승 영찬이가 이름을 듣더니
"한 명은 사랑으로 세상을 품고,
한명은 명찰로 세상에 희망을 던지는거야?"
라고 말하며 축복해줬다
아이들에게 이름을 준 영찬이에게 참 고맙다
그리고 나의 아린,
세상에 태어나줘서 정말 고맙다
아빠는 눈물을 흘리며
너를 격하게 환영한다
드디어..
드디어 나는
두 딸의
딸딸이 아빠가
되었다
사랑한다!
나의 소중한 딸들아!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 먼저 실렸습니다 → 네이버 블로그에서 보기




